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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읽을꺼리] 늦깍이 노조 상근자로 살아가기_ (10) 민주노조로 조직하자!

이점진 필자님은 항상 마감을 1등으로 하십니다. 넘나 감사!! [편집자주]

 

민주노조로 조직하자!

 

이점진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세종지부 조직부장

 

 

  당직쌤들 조직화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90%이상이 타 노조 조합원인 상황에서 내가 활동하고 다니는 것이 절대 소문나지 말아야 했다. 뭔 일을 하든 행동 반경이 엄청나게 큰 나에게는 그것이 늘 부담이었다. 애초에 조용조용, 숨은 듯이, ~살 이따위 말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기 때문에...

 

  또 하나, 당직쌤들은 모두 남성이고 근무시작은 저녁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통상적으로 타 지역에서는 조직담당자가 여성일 경우 꼭 21조로 움직인다고 한다. 하지만 조직담당자가 달랑 하나뿐인 상황에서 방법이 없었고... 음... 만약에 일어날지 모를 불상사?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태극기부대 할배를 만났을땐 내가 사고칠뻔 해서 문제였다.(ㅋㅋㅋ) 주중에도 주말에도 오로지 조직만이 살길이다를 외치며 매일매일 현장을 돌아다녔다.

 

  세종지역에 온지 20여일 지났을 때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내 연락처를 받았고 본인은 세종지역의 한 학교에서 근무하는 특수실무사이며 노조가입 상담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통화하는 내내 엄청 긴장해서 목소리는 떨리고 가슴은 쿵쾅거리고... 매일 매일 찾아가서 만나는 관계에서 직접 만나자고 전화가 왔다는 사실에 하루종일 기분이 붕~~ 떠 있었다.

 

  특수실무사쌤을 만났다. 세종은 충남 90% 충북 10% 정도로 만든 특별자치시이다. 이 선생님은 충북에서 우리노조에 가입하셔서 열심히 활동하시던 중에 학교가 세종으로 편입되었고 당시 세종에는 우리노조가 없었기에 타 노조에 가입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였고 그 과정에서 받은 상처도 깊었다. 얼마전에 탈퇴한 상태였다.

 

  두시간여동안 노동조합운동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깔깔거리며 웃다가 어찌저찌하여 의기투합하였고 가입서를 받았다. 또한 이 선생님과 함께 모임하는 같은 직종쌤들과도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며칠후 특수실무사쌤들과 만남을 가졌다. 노조상근 4개월째이고 특히 교육공무직(학교비정규직)은 학교내 수십개의 직종이 존재하는 상황이고 현장 경험이 없는 나는 쌤들과 대화가 능수능란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다만 자신있게 말할수 있는건 민주노조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운영되야하는지는 명확하게 얘기할수 있었고 세종에 제대로된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싶다는 말을 진정성을 가지고 진솔하게 풀어나갔다.

 

  진심이 통했는지 그 자리에 오셨던 선생님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가입서를 쓰셨다.

 

  지금도 가끔 되새긴다. 그때 그 자리에서 함께 나눴던 말들을 반드시 지키며 그 마음이 변치 않도록 초심을 잃지 말자고...

 

특수실무사쌤들과 맛난 고기를 드셨다고 합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