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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읽을꺼리] 늦깍이 노조 상근자로 살아가기_ (11) 사측 교섭팀장 도망치다

본문에 나오는 '머리끄댕이 난장판' 이야기는 추후 특별편에서 볼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편집자주]

 

사측 교섭팀장 도망치다

 

이점진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세종지부 조직부장

 

  2019년 당시 세종은 2차 단협 갱신을 위한 막판 교섭이 진행중이였다. 우리노조는 영어회화전문강사분과에서만 요구안이 제출된 상태였다.

 

  한번도 교섭에 직접 참여해 본적이 없던 나는 2년간(단협은 유효기간이 2년이므로) 조합원들의 처우를 책임져야한다는 과도한(?) 책임감에 파묻혀 며칠동안 긴장하였다. 과거 내가 해고될 당시 교섭위원으로 들어갔다가 사측대표 자리에 앉아있던 노조의 대표들(팀장언니들)의 머리끄댕이를 잡아서 교섭장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장본인였기에.....

 

  드디어 교섭 당일, 조합원들과 미리 만나 교섭요구안을 다시 정리하고 발언순서를 정하며 작전을 짜고 있는데.....

 

  타노조(다수노조) 지부장이 다가오더니 원칙적으로 우리노조는 교섭장소에 들어갈수 없는데 본인이 선처했으니 들어가서 조용히 자리만 지키고 있고 본인이 알아서 하겠다고 하였다. 나는 직종교섭에서 현장조합원들은 당연히 발언을 해야한다면 발언권을 달라 하였고 대신 나는 발언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교섭 시작

 

  노사 양측이 인사를 하였고, 우리노조 조합원들이 요구안의 타당성에 대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조합원들이 사측 앞이라고 잔뜩 겁을 먹고 있는 상태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고 가슴속에서 무언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것을 애써 꾸역꾸역 누르고 있었다.

 

  사측대표인 교육청 노사협력팀장은 시종일관 거만한 태도로 조합원들의 발언을 무시하는 듯 했다. 그러다가 현장조합원이 명절상여금을 타 직종과 동일하게 1년에 100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니 사측에서 “100만원씩이나 달라고?”하며 비웃듯이 말하였다.

 

  이게 뭐지? 우리가 그지여? 달라고? 달라고? 우리가 동냥하러 왔냐? 뭐 이런 개쉭히가 다 있지? 라는 말이 튀어나오려는 입을 내손으로 틀어막으며 타노조(다수노조) 지부장의 얼굴을 쳐다봤는데... ?? 뭐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히 다소곳하게 앉아있네?

 

 

또다시 교섭장에서 깽판을 치다

 

  순간 머리통의 뚜껑이 확 열리더니 미친 쌈닭(내 별명)이 나타났다. 벌떡 일어나서 소리치고 책상 치며 개지x 떨고... 다행인건 옛날처럼 막말과 욕설은 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에게 사과하라고 소리치는데 그 개쉭히가 벌떡 일어나 뭐라뭐라 지껄이다가 휙하니 교섭장을 나간다. 나가는 팀장쉭히의 뒷통수를 확 후려치고 싶었지만 다행히 생각에서 그쳤다.

 

  타노조(다수노조) 지부장에게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세종은 이렇게 교섭했단다. 이건 뭔 개소리지? 교섭이 구걸이여? 난 이렇게 교섭 못한다고 했더니 세종에 전사가 나타났다고... 미칠 노릇이다.

 

  남아있던 사측 교섭위원들에게 사과하라고 소리치니 팀장님께서 맘은 그렇치 않은데 말투가 좀 그렇단다. 그런 말투로 다른곳에 지껄이는건 지 맘이지만 공적인 교섭장소에서의 그따위 말투는 조합원을 무시하는 말투가 분명하다며 기어히 사과를 받아냈다. 지들도 팀장이 잘못했다고 인정했다.

 

  아수라장이 된 교육청과의 첫 교섭은 이렇게 끝났다. 물론 이후에 교섭팀장과는 한동안 어색하고 힘들었다. 조직담당자로써 그런 행동이 옳았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단 한가지!!!! 당일 현장에 있던 조합원들에게 '아~ 이렇게 싸울수 있구나' 하는 마음은 들게 만들었다고는 생각한다.

 

  교섭장소에서 나오면서 한 조합원이 말했다. 부장님 속 시원했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