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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문학

[노동인문학] 노동해방, 오래된 꿈_(18) ‘상품화’ : 이론적 및 실천적 의미

박장현 위원님의 <노동인문학>입니다. [편집자주]

 

노동해방, 오래된 꿈

 

박장현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상임교과위원

 

'상품화' : 이론적 및 실천적 의미

 

상업혁명의 대전환이 시작되기 직전의 상태를 살펴봤으므로, 이제 대전환의 과정을 살펴볼 차례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찾아볼 것이다. 무엇이 무엇으로 전환되었는가? 어떻게 전환되었는가? 누가 추동했는가?

 

결과를 두고 보자면, 상업혁명은 생산수단을 토지에서 기계로 바꾸었으며, 인류의 노동 공간을 농촌에서 도시로 옮겼다. 그리고 현물경제를 화폐경제로, 자연경제를 시장경제로 변화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의 지배세력을 지주귀족 집단에서 상공업자본가 집단으로 대체시켰다. 요컨대, 상업혁명은 농경사회를 산업사회로, 봉건주의 질서를 자본주의 질서로 전환시켰다. 이어서 산업혁명이 상업혁명에서 시작된 대전환을 폭발적으로 확산하면서 완성하게 된다. 아마 상업혁명이 없었더라면 산업혁명은 발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상업혁명이 가져온 대전환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드러내어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노동생산물과 노동력의 상품화이다. 맑스는 상품을 자본주의 경제의 세포라고 말했다.

 

노동생산물이 상품이라는 형식을 취한다는 것, 또는 상품이 가치라는 형식을 취한다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경제적 세포이다.
(맑스, <자본론> 서문)
 

이런 이유로 맑스는 상품에 대한 분석을 <자본론>의 첫머리에 두었다. 세포를 연구하지 않고는 몸체의 운동법칙을 규명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상품을 분석하여 가장 먼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식별해낸다. 이어서 교환가치가 잉여가치와 이윤을 낳는 원리를 규명해나간다. 마지막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의 본성이 평균이윤율을 하락시켜서 마침내 자본주의 경제를 위기와 공황으로 몰아넣게 되는 경향법칙을 밝혀낸다.

 

<자본의 원시축적> 대목에서 맑스는 노동생산물과 노동력이 상품으로 되어가는 역사적 과정을 매우 짤막하게 짚고 넘어간다. 그의 관심의 초점은 상품경제가 이미 만연한 사회, 즉 산업자본주의 사회에 꽂혀 있었다. 그는 상품을 분석하여 자본의 운동법칙을 밝혀내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것만 하더라도 벅찬 일이었다.

 

 

맑스가 상품의 분석에서 시작하여 자본의 운동법칙을 밝혀낸 덕택에 후세대 사람들은 자본주의 너머 사회를 과학적으로 예상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것을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아무튼 자본주의 너머 사회는 상품이 경제의 세포가 아닌 사회가 분명할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탈상품화 사회가 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맑스는 관심의 초점을 상품화가 아니라 상품에 두었다. 그리고 상품에 대한 분석은 맑스를 통하여 완성되었다. 그는 후세대 사람들에게 다음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낼 과제를 남겨두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상품을 대체하여 장차 경제의 새로운 세포 자리를 차지하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지 못한다면 아무도 자본주의 너머 사회를 선명하게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노동해방을 추구한 수많은 이론가들 및 실천가들이 찾아온 것도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상업혁명이 가져온 전환을 지루하게 살펴보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상품이 경제의 세포로 발생하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그것이 역사의 산물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역사의 산물이 그러하듯이, 상품도 역사의 흐름 속에서 소멸해갈 것이라는 점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상품을 대체할 새로운 경제의 세포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이 과연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