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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읽을꺼리] 늦깍이 노조 상근자로 살아가기 시즌2_ (1) 조합원들과 함께 성장하기

이점진 회원님의 <늦깍이 노조 상근자로 살아가기> 시즌 2 첫편입니다! [편집자주]

 

조합원들과 함께 성장하기

 

이점진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세종지부 조직부장

 

학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다양하다. 근무형태에 따라 초단시간부터 전일제까지, 고용형태에 따라 학교장 채용 또는 교육청 직고용으로 존재한다. 교육청 직고용은 교사, 공무원, 교육공무직으로 분류되고, 교육공무직은 교사와 공무원의 일을 지원하는 형태로 채용된다.

 

교육공무직도 직종이 너무 많아 대도시의 경우는 200여 직종이 있는곳도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작은 광역자치단체인 세종에는 40개의 직종이 있다. 시즌2에서는 직종을 소개하며 조합원들과 교육청을 상대로 싸웠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참고로 우리 조합원들의 수준(?)은 그냥 노조는 우리에게 뭘 해주는 고마운 존재정도로만 인식되어 있고, 교육청을 상대로 면담투쟁 교섭투쟁은 거의 전무했던 상황이었다.

 

첫 번째, 특수교육실무사

 

특수교육실무사란 특수교사가 장애아동을 수업하는 동안 아이들의 용변처리등 특수교사의 지시에 따라 수업을 지원하는 직종이다. 지시라는 문구로 인해 현장에서 자행되는 특수교사들의 갑질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업무강도 역시 타 직종에 비해 엄청 강하다. 장애아동을 혼자 둘수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특히 유치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경우는 점심시간에도 혼자 밥을 먹을수 없고, 식사후 양치질하는 시간조차도 없는 상황이다. 정규수업이 끝나도 "방과후지원"이라는 업무로 8시간 내내 아이와 함께 해야한다. 또한 필수연수나 업무일지 등은 업무시간 외에 진행해야 한다. 과도한 업무 강도로 유치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은 1년을 근무하면 모두 초중고로 전보 신청을 내고 유치원은 늘 신규채용되신 선생님이 배치된다.

 

세종교육청과 2년동안 유치원 근무자의 업무경감을 위해 기타업무(필수연수 및 업무일지 작성)시간을 요구하는 싸움을 진행했다. 교육청 담당사업부서에서도 전수조사를 끝내고 유치원에 근무하는 쌤들의 업무과중을 인정하였고, 여러차례 협의 끝에 1시간30분의 기타업무를 보장하기로 하였고 마지막 협의를 마쳤지만, 담당사업부서내의 장학관들끼리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다, 골통장학관 한놈이 끝까지 반대했고 공문을 발송하지 못한다고 했다. (내가 이 시끼를 언제가는 개박살낼 예정이다......)

 

10시까지 정회를 거듭하며 면담을 진행했지만 끝내 기타업무(1시간30)에 대해 공문을 발송하지 못하겠단다. 면담장소에서 의자를 집어던지고 나왔고 지부장님과 함께 1층 로비에 주저앉았다. 이대로 절대 물러설순 없다! 농성에 돌입했다.

 

4월 말이지만 밤공기는 제법 쌀쌀했고 겨우 무릎담요 한 장을 덮고 잠을 청했다. 새벽에 추워서 잠에서 깨니 새벽 5시, 전략을 세워야 했다. 아직은 분과조합원들이 교육청까지 몰려와 투쟁을 전개할 정도의 투쟁력은 없다. 길게 싸울수록 우리에게 불리하다. 오늘은 430일, 내일은 노동절이다. 조합원들과 함께 노동절대회에 참석해야겠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반드시 협약서를 받고 여기서 나가야한다.

 

지부장님과 잠시 얘기를 나누고 6시부터 싸움을 시작하기로 했다. 교육청 관계자들은 이미 5시부터 로비에 나와 있었다. 일단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공문 가져와~~~~~~~”, “어떤 개새끼가 공문 발송 못하게 하는겨?” 공문발송을 못하게 한 장학관 뒤통수에 대고 욕을 했다.

 

그러다보니 교육청 출근시간이다. 소리지르다가, 노래하고 유행가 틀어놓고 춤추고, 투쟁가 틀어놓고 율동하고...... 교육청직원들은 난간에서 구경하고 몇 명은 동영상도 찍는다. 구경하는 인간들을 향해 외쳤다 구경만 하지말고 박수 좀 쳐주세요~!

 

교육청 로비를 아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5시간정도 난장을 치니 정보관이 다가와서는 지금 논의하고 있으니 조금만 조용히 해달란다. 체력이 정말 밑바닥을 쳤을 때 그런말을 하니 처음으로 정보관이 고마웠다(ㅋㅋㅋㅋ).

 

교육청에서 연락이 와서는 오후에 면담을 진행하잔다. 문구를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협약서를 작성했다. 올해 안으로 1시간30분 기타업무를 신설하기위해 유치원장들과 논의하고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2023년에는 유치원 방과후지원 예산을 2000만원에서 1억으로 상향조정했고 확정되었다는 말을 며칠전에 사업부서에서 전달받았다. 물론 그 예산을 온전히 특수교육실무사쌤들의 업무경감을 위해 사용될수 있도록 정리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이 투쟁을 마무리하면서 평가를 해보니, 교육청을 끝까지 밀어부쳐 성과를 가져온 것은 성공적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조합원과 함께하는 투쟁을 조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 투쟁을 통해 분과조합원들이 노조의 중요성을 알았고, 우리가 싸워야만 그 무엇이든 쟁취할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니 이 또한 중요한 성과이기는 하다.

 

특수교육실무사쌤들과의 다음 투쟁에서는 몇 명이라도 함께 할수 있도록 준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