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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읽을꺼리] 브라보 마이 개고생 라이프_(7) 6년만의 쾌거, 난이의 발톱 깎기

[편집자주]

 

6년만의 쾌거, 난이의 발톱 깎기

 

송기애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인천 회원

 

연재2호에서 소개했던 우리집 둘째 난이는 학대트라우마로 무척이나 다루기 힘든 아이였다. 지금도 쉽지는 않은 아이지만 처음에는 그야말로 역대급으로 힘든 아이였다.

 

 

사람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만질수도 없는 위험한 성향 때문에 13개월 동안 두 곳의 훈련소에 있었지만, 훈련사들도 난이 목줄조차 채우지 못했다. 난이에게는 훈련보다는 안정을 주는 게 먼저라는 걸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은 나는 난이를 집으로 데려왔고, 훈련사에게 아이를 훈련하는 방법을 배워서 직접 교육을 했다.

 

목을 매달리는 학대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난이는 목줄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공격성을 보여서, 목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무려 17개월이나 훈련을 했다. 201612월에 원주시유기동물보호소에서 난이를 입양한 후 처음으로 집앞 산책을 나간 게 20186월이었다. 그때 목줄과 하네스를 3개나 하고도 난이를 놓칠까봐 너무 긴장해서 짧은 산책을 다녀와서 온몸에 담이 결렸던 기억이 난다.

 

 

산책을 시작하고 실외배변견으로 자리잡기 전까지 난이는 집안에 아무데나 똥오줌을 쌌다. 제일 시급한 목줄훈련을 시작으로 목욕 훈련, 배변패드 훈련을 했고 쉽게 된 것은 단 한가지도 없다. 매일매일, 하루 몇차례씩 꾸준하게 연습해도 모두 1년이 넘게 걸렸다. 중간에 발톱 깎는 훈련도 했지만 그때는 발톱이 중요한 게 아니어서 발톱 훈련은 거부감이 너무 심하면 중단했다가 다시 하고 해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주사맞기도 5년이 되어서야 진정제 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강아지 훈련에는 오랜 시간과 끝없는 인내가 필요하다. 아무리 화가 나도 절대 화를 내면 안되고 계속 격려해줘야 된다. 중간에 포기해도 안된다. 포기하면 다음에는 원점이 아니라 더 나빠진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된다.

 

난이와의 6년은 희망과 좌절, 행복과 힘듦이 계속 반복되는 삶이었다. 6년 내내 사랑을 듬뿍 줌과 동시에 끊임없이 행동개선 훈련을 했다. 난이는 한발 다가섰다 싶으면 두발 물러서고 다시 세발 다가서는 식으로 아주아주 조금씩 좋아져왔다. 지금 난이는 산책도 나가고 목욕도 하고 이빨도 닦고 엄마한테 애교도 부린다. 이렇게 많이 좋아진 삶을 살기까지 엄마와 난이는 몇년간 그야말로 전쟁을 치러야 했다.

 

 

최근에 난이는 아주 의미있는 일을 해냈다. 바로 마취없이, 집에서 발톱을 깎은 것이다. 난이의 발톱깍기 훈련은 그동안 서너번 실패한 바 있었는데, 나는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독한 마음을 먹고 몇 달전부터 다시 발톱깎기 훈련에 돌입해서 마침내 성공했다. 6년만의 쾌거이다.

 

그러나 인생은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게 있는 법. 난이는 요새 새로운 말썽을 발굴했는데, 그건 바로 엄마가 출근하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 것이다. 이불이건 배변패드건 미끄럼방지 매트건 닥치는대로 다 물어뜯어서, 퇴근하고 집에 오면 집은 난장판이고 재산 손실이 엄청난 상황이다. 손으로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처럼, 말썽 부리는 곳에 조치를 해놓으면 기어이 다른 곳을 물어뜯는다. 내가 없을 때 말썽 부리는 건 고치기가 참 힘들다. 나는 아직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했다.

 

 

난이는 아직도 보통의반려견은 아니다.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한 게 아니어서 아직도 안아올릴 수는 없다. 어떤 아이들과 보호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어떤 경우에는 매우 힘든 일이다. 이것은 유기견의 특징이 아니라 그냥 트라우마가 있는 난이의 성격이다.

 

별 고민도 없이 단지 불쌍하다고, 예쁘다고, 심지어는 SNS에서 관심을 받아보려고 유기견을 입양해서는 아이가 입질(물기)를 한다, 애교가 없다, 덩치가 크다, 많이 짖는다, 똥오줌을 못가린다 등등의 이유로 무책임하게 다시 유기하는 사람이 많다(진짜 많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버림받았던 아이가 다시 버림받으면 더더욱 상처를 극복하기 힘들게 된다. 강아지에겐 잘못이 없다. 모두 기다리지 못하고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보호자의 책임이다.

만약에 반려동물을 들일 생각이 있다면, 아이를 죽을때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이를 끝까지 보호할 수 있는지 충분히 깊게 고민해야 된다. 반려동물은 공산품이 아니라 사람과 똑같이 기쁨을 느끼고 고통도 느끼는, 감정이 있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기록하기 위해 작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https://www.youtube.com/c/dungnansong 아이들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