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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읽을꺼리] 브라보 마이 개고생 라이프_(2) 강아지 공장, 펫샵, 유기견, 안락사. 그리고 난이 이야기

송기애 동지의 두 번째 글입니다. 위의 타이틀 이미지는 송기애 동지가 직접 만들어주신 것입니다^^! [편집자주]

 

강아지 공장, 펫샵, 유기견, 안락사. 그리고 난이 이야기

 

송기애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인천 회원

 

아래의 그림은 제가 회원으로 있는 유기견 보호·입양단체인 팅커벨 프로젝트와 하재영·박현주 작가님이 함께 만드신 그림입니다. 8년 전의 그림인데 끔찍한 강아지 생산공장과 펫샵, 유기견들의 현실은 지금도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유기견의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나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제게는 생명이 달린 일입니다.

 

D-10. 낯선 사람들이 낯선 곳으로 나를 데려왔어요. 이곳엔 강아지들이 아주 많아요. 아픈 강아지, 다친 강아지,

아기 강아지, 할아버지 개…… 여기는 내가 태어났던 곳과 다르지만 나는 자꾸 고향 생각이 나요.

 

D-9. 엄마아빠는 좁은 철창에 갇혀 있었어요. 바닥엔 배설물이, 허공엔 파리떼가 가득했어요.

서른 밤이 지난 후 나는 떠났고 엄마아빠는 남았어요. 엄마아빠는 영원히 그곳을 나올 수 없겠지요.

 

D-8. 수많은 손들이 나를 만지고 들어 올리고 내려놓았어요. 친구들이 하나씩 사라졌어요. 예쁘고 건강한 친구들은

사람에게 안겨서, 약하고 아픈 친구들은 낡은 상자에 담겨서. 나를 들어 올린 당신의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어요.

 

D-7. 당신을 만난 후 나는 내 생애 가장 눈부신 날들을 보냈어요.

당신도…… 행복했나요?

 

D-6. 잠깐만 기다려. 당신이 나갈 때마다 내게 했던 말. ‘잠깐만은 아주 긴 시간인가 봐요.

하지만 괜찮아요. 당신은 늘 내게 돌아오니까요.

 

D-5. 우리가 함께 나갈 때 나는 가장 즐거웠어요. 당신은 그것을 소풍이라 했어요. 풀냄새와 흙냄새가 풍겨오던 봄날,

비쫑비쫑 새가 지저귀던 오후. 그날도 우리는 조금 멀리 소풍을 갔을 뿐인데……

 

D-4. 어디가요? 어디가요? 돌아와요! 돌아와요!

 

D-3. 우리 숨바꼭질 하는 거예요? 당신을 찾느라 분홍색 발바닥에 새까맣게 굳은살이 박였어요. 춥고 배고파요.

 

D-2. 우리, 아직도 소풍이 끝나지 않은 거죠? 하지만 난 이제 집에 가고 싶은데……

 

D-1. 나는 언제나 당신이 주는 것을 먹었어요. 당신이 데려가는 곳에 따라갔어요. 나는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내가 배운 것은 당신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당신에게 사랑받는 방법뿐이었어요. 당신의 나의 엄마이고 친구이고

선생님이었어요. 당신은 내게 세상 전부였어요. 땅거미가 지고 찬바람이 불어요. 그래도 아무 데도 가지 않을게요.

소풍이 끝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게요. 늘 그랬듯이, 잠깐만 혼자 있으면 되는 거죠? 늘 그랬듯이, 내게 돌아오는 거죠?

 

돌아오는 거죠? 돌아오는 거죠? 돌아오는 거죠?

 

D-Day. 이곳에서 열 번의 밤이 지나갔어요. 오늘 아침은 어쩐지 조금 달라요. 혹시 당신이 왔을까요?

 

어디로 가야…… 당신을 만날 수 있나요?

 

이곳에 온 강아지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열흘. 열 번째 아침이 밝아오면 강아지들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선택받은 강아지는 새 가족이 기다리는 면회실로, 선택받지 못한 강아지는 안락사가 기다리는 주사실로. 오늘, 아무도 찾아오지 않은 강아지 한 마리가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강아지가 들어왔습니다.

 

 

  우리 난이는 원주시유기동물보호소 출신이다.

 

  난 둥이를 키우기 전에는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둥이가 필요할 것 같은물건들을 있는대로 다 사들였는데, 결국 쓰지 않는 물건들을 몇차례에 걸쳐서 원주시유기동물보호소에 기증했고, 그곳에서 난이를 만났다.

 

  유기동물(유기견)보호소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가 있고 동물권 활동가 개인이나 단체가 운영하는 사설보호소가 있다. 보호소의 시설과 환경은 천차만별인데 지자체보호소의 대부분은 매우 열악한 환경이고, 입양이 되지 않는 아이는 법적인 공고기간이 지나면 바로 안락사된다. 지자체 보호소는 대부분 유기견을 입양 보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봉사자들이 있는 보호소는 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입양을 가는 아이들이 있지만 봉사자들의 출입도 막고 입양 노력도 하지 않는 보호소도 많다. 지자체에서 보호소 운영을 위탁 주면서 안락사 강아지 한 마리당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위탁운영소는 돈벌이를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안락사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 개사체탕 업소와 연관된 보호소가 보호소 강아지들을 오랫동안 업소로 팔아넘기다가 적발된 적도 있다. 법적으로 안락사를 하게 되어있지만 그놈의 돈을 남겨먹으려고 불법으로 고통사를 하는 보호소도 있다.

 

  지자체보호소에서 안락사되기 직전인 아이를 구해오거나 길거리에서 위기에 처한 유기견을 구조해오는 사설보호소는 안락사를 하지 않는다. 재정은 열악하지만 후원금과 봉사자들의 헌신으로 많은 아이들을 구조하고 보호하고 입양 보낸다. 그나마 가정이나 사설보호소로 입양되는 아이는 극히 적고, 대다수의 아이들이 안락사나 자연사로 삶을 끝내게 된다. 단체보호소도 메이저 단체는 돈이 많지만 소규모 보호소는 매우 열악하다. 최근에 정부는 개인구조활동가가 지자체보호소에서 아이들을 데려올 수 없게 하거나 사설보호소를 등록하라면서, 사설보호소가 유기동물을 구조하기 매우 힘든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 이야기는 추후에 다루도록 하겠다.

 

  난이가 있던 보호소는 지자체 위탁 보호소인데 소장님도 좋으신 분이고 봉사자들도 있고 공고기간이 지나도 최대한 안락사를 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래서아이들이 매우 많다... 유기견은 한해에 수십만 마리가 생기니까... ㅠㅠ

난이는 거기에서 오래 살았다. 믹스견에다 중형견이고 예쁘지도 않고, 사람을 매우 무서워해서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 난이같은 아이는 선택받지 못한다. 내가 난이를 입양할 때 보호소에서도 말릴 지경이었다. 무척 힘든 아이라고. 소장님은 난이가 다시 버려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난이의 두려움 가득한 커다란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었다.

 

  난이는 201612월에 나에게로 왔는데, 심한 학대로 추정되는 트라우마와 사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마음을 열지 않고 화장실에 숨어 살았다. 특히 목줄을 매우 무서워해서 목줄만 보면 심한 공격성을 보였고 입에서 피가 나도록 줄을 물어뜯었다. 훈련사들은 난이가 목을 매달렸던 것으로 추정했다. 나는 난이를 위해서 여러 곳의 훈련소에서 상담을 하고 오랫동안 전문 훈련사에게 훈련을 받게 했지만 난이는 도무지 훈련이 되지 않았다. 난이는 훈련보다는 사랑과 안정이 필요하다는 걸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은 나는, 1년 넘게 이어진 훈련을 그만두고 난이에게 필요한 사랑만 주었고 난이는 아주 천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난이는 무척이나 다루기 힘든 아이였고 나에게 온 지 57개월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태이다. 나는 난이 때문에 매우 힘들었는데, 그나마 다행으로 순하고 성격좋은 둥이가 난이를 잘 받아주고 돌봐주어서 난이는 둥이형아에게 의지하면서 집에 조금씩 적응해 갔다.

 

<사지 마세요, 버리지 마세요, 먹지 마세요.>

 

 

*아이들을 기록하기 위해 작은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https://www.youtube.com/c/dungnansong 아이들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유기견의 일생영상으로 보기 https://youtu.be/iHlGslR9R2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