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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읽을꺼리] 비단이의 묘생일기_(2)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학수고대하던 비단이의 묘생일기 2회차입니다. e-품 최초로 동영상이 등장했습니다! [편집자주]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글_ 비단(고양이)

번역_ 조영미(평등사회노동교육원 회원)

 

  난 식이알러지가 있다. 그것도 고양이들의 최애 음식인 가금류에 알러지가 있다. 이런 써글~ㅠㅠ

 

못먹는 계란 갖고라도 놀아보자! (영상=조영미) [편집자주]

 

  그래서 난 다른 고양이들보다 집사 호주머니를 조금 더 털어야 한다. 일반사료보다 비싼 처방 사료를 먹어야 하고 캔, 츄르 등 모든 간식도 성분검열을 꼼꼼히 거쳐야 먹을 수 있다. 가금류가 조금이라도 들어간 것을 먹으면 눈텡이가 밤텡이가 되도록 붓고 발과 발바닥 패드가 터질 것처럼 부어오른다던가 몸이 간지러워 발톱으로 긁어대니 털이 빠지고 상처가 난다.

 

  일찍이 40대 초반에 노안이 온 집사는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가려내느라 돋보기를 들이대며 음식 성분표를 읽어내야 하고, 먹을거라면 눈에서 레이져가 나오는 보리와 봄이도 내 덕분에 모두 맛없는 처방사료를 먹어야 한다. 아빠집사는 엄마집사의 수차례 지적과 주의를 무시하고 소량이니 괜찮다는 주술에 가까운 주관적 판단으로 일반 간식을 몰래 줬고 그때마다 눈텡이가 부풀어 오른 나는 아빠집사의 범행을 온몸으로 증명했지만 그때마다 아빠집사는 안줬다며 막무가내식 우기기로 뭉개고 넘어갔다. 역시 우기면 장땡인가 보다.

 

아빠집사의 부주의(?)로 인해(??) 알러지로 고생하는 비단이. 못생긴 고양이 사진이 아닙니다. (사진=조영미) [편집자주]

 

  그렇게 아빠집사가 상습범이 된 뒤로 엄마집사는 아예 닭고기 오리고기, 달걀 등 맛있는 가금류가 들어간 것은 아예 사지를 않아 애꿎은 동생들도 오로지 생선 종류만 먹어야 하는 비극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엄마집사가 가끔 나 몰래 동생들만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뭘 먹이는데(분명 냄새로나 분위기로나 가금류 들어간 간식임을 알고 있다) 나는 화가나 방문 열어 어서 열란 말이야소리쳐 보지만 방문이 열릴 땐 이미 흔적을 없애고 완전범죄를 저지른 공범의 표정으로 입을 닦으며 나올 땐 정말 빡친다. 대신 엄마집사는 동생들은 줘도 안먹는 군고구마나 찐 단호박 같은 유기농 자연 간식을 주는데 특별대우를 받는 것 같아 괜히 우쭐해진다.

 

 

보리는 줘도 안먹고 비단이는 맛있게 먹는 고구마 간식 (영상=조영미)

 

  암튼, 생긴것도 예쁜데다 입맛도 고급이고 우아한 자태에 귀티 좔좔 흐르게 생겨 내가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나는 사실 고양이 공장이라 불리는 좁고 지저분한 철망안에서 태어났다. 나 같은 품종묘들은 인간들의 돈벌이 수단인 상품으로 생산되고 팔려나가며 애완(愛玩)”동물, 말 그대로 장난감처럼 소비된다.

 

비단이의 고급진 취향 (1) 음악감상 (사진=조영미)

 

  우리는 원래 사냥해 그 자리에서 먹는 육식동물이다. 그런데 인간들에게 포획된 후 싼값에 썪지도 않고 손쉽게 보관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만든 사료라는 것을 준다. 인간들도 돈이 없거나 게으른 사람들 일부는 건식사료와 습식사료를 먹는데, 그들은 사료라고 부르지 않고 씨리얼” 이나 “밀키트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부르면 좀 나아 보이나 보다.

 

집사! 농락하지 말고 얼른 줘!! (영상=조영미) [편집자주]

 

  나의 엄마는 이미 새끼를 너무 많이 낳아(정확히는 인간들이 강제로 낳게 해) 쇠약하고 병들어있었다. 그들은 엄마에게 새끼를 최대한 많이 뽑아내려고 독한 호르몬 주사를 놓고 강제로 임신을 시켜 새끼를 만들어 낸다. 나의 식이 알러지도 그런 조건에서 태어나서 그렇다고 확신한다. 내가 태어난 고양이 공장은 좁은 철망이 양쪽으로 길게 줄지어있고 지저분하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 고양이과 동물은 각자 영역이 있어서 자기 영역에 다른 개체가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데 인간들은 우리를 한곳에 모아놓고 새끼를 낳게 만들어 모두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옆 철망에 있는 어미고양이도 어제 갑자기 아직 젖도 채 떼지 못한 어린 새끼를 빼앗겼다. 어미는 새끼들이 떠난 자리를 빙빙 돌며 아직 남아있는 새끼들의 체취에 자신의 몸을 부비며 울었다. 어미 고양이는 그날 밥도 물도 먹지 않고 웅크려 있었다. 며칠 뒤 인간들은 그 어미에게 또 주사를 놓을 것이다. 배란유도 주사인데 이 주시를 너무 많이 맞아 자궁과 젖가슴에 혹이 생기고 혹은 암으로 변해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더 이상 새끼를 못 낳고 병들면 방치해 고통속에 죽게하거나 아니면 한방에 죽게하는 주사를 놓을 것이다. 그들은 이런 살해를 “안락사”라고 부른다. “안락사”라는 말은 철저하게 죽이는 입장에서의 표현이다.

 

  나는 머나먼 사막에서 살던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희고 우아한 긴 털에 초록빛 눈동자를 가졌다. 엄마는 나의 털을 정성껏 핧아주면서 나중에 크면 등과 꼬리가 신비로운 은회색으로 변할 거라며 어딜 가든 절대로 인간에게 굴종하지 말고 도도하고 우아한 페르시안 고양이답게살라고 가르쳤다. 엄마는 내게 운이 좋으면 길들이기 쉬운 인간을 만나 평생 따뜻하고 안락한 환경속에 인간들의 시중을 받으며 살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심어주며 고양이 공장의 공포를 이겨나가게 했다.

 

비단이의 고급진 취향 (2) 꽃 감상 (사진=조영미)

 

  안전한 공간과 먹을 것이 주어지는 대신 집안에만 갇혀 살아야하는 우리와 달리 길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고양이들도 많다. 길고양이들도 못된 인간들에게 해코지당할까 불안하고 쌩쌩 달리는 차들로 가득 찬 도로는 너무나 위험하고 시멘트로 전부 도배가 된 도시에서는 먹을 물조차 구하기 힘들다. 철저히 인간중심적인 환경이기 때문에 길고양이들에게 자유란 차에 치어 죽고 굶어 죽고 병들어 죽을 자유일 뿐이다.

 

길고양이 처지_ 다리가 부러진 상태로 구조되어 수술한 봄이 (사진=조영미)

 

  길고양이들은 배가 고파서 음식쓰레기 봉투를 뒤질 수밖에 없는데 인간들은 그런 우리를 더럽다고 혐오한다. 그마져도 요즘엔 음식물 분리수거통에 담아 배출하니 세제로 범벅된 썩은 음식쓰레기조차 먹기 힘들다. 비가 안오는 더운 여름날이나 꽁꽁 얼어붙은 추운 겨울에는 목이 말라도 시멘트로 전부 포장되고 상하수도 시설이 된 도시에서는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다. 며칠을 버티다 결국 탈진해서 죽기도 한다.

 

  흙길과 우물과 실개천을 없애고 시멘트 포장과 상하수도 시설이 갖춰진 도시는 인간들에게는 편리할지 몰라도 다른 생명체들에게는 모두 위협이고 공포고 죽음이고 쫓겨남이다. 유럽에서는 가축이 아닌 다른 생명체를 상품으로 사고 팔수 없게 법으로 규제한다고 들었는데 한국은 선진국이라고 말로만 떠들지 아직 동네마다 펫샵이 널려있다. 어린이들이 생명을 돈을 주고 살수있다는 것을 경험한다면 그 어린이가 과연 생명에 대한 존중감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엄마집사는 친구들 불러 홈파티하는게 취미인데, 술 먹고 한 얘기중에 그나마 쓸모있는 말 같아서 기억해둔게 있다.

 

  얘기의 요지는 석가모니가 깨닳음을 얻기 전 진짜로 깨닳음을 얻을 수 있는 자인지 시험하기 위해 매에 쫓기는 비둘기로 변신해 시험해 보기로 했단다. 매에 쫒기는 비둘기는 석가모니 품으로 숨어들었고 뒤따라 온 매가 내 먹이를 내 놔라 안주면 나는 굶어 죽는다고 애원했다. 그러나 석가모니는 자신에게 의지해온 비둘기를 내어줄 수 없고 대신 다른 고기를 주겠다했고 매는 난 갓 잡은 고기만 먹는다하니 그럼 내 살을 베어주겠다 하고 석가모니는 저울을 가져오게 해 비둘기를 한 쪽에 올리고 자신의 허벅지 살을 비둘기만큼 베어 다른 쪽 저울에 올렸는데 저울은 움직이지 않았고 계속 살을 베어 올려놓아도 여전히 비둘기쪽이 더 무거웠고...급기야 온몸을 다 올려놓으니 비로소 저울이 수평이 되었다는 얘기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의 무게는 같다는 것을 쉽고도 딱 와닿게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엄마 집사는 여기까지만 얘기하고 아름답게 마무리했어야 했다. 엄마집사는 자신의 얘기가 좀 먹히니 신이 나서 공장식 축산과 1.5, 산업전환과 자동차, 비행기, 일회용품 분리수거 ... 급기야 소 방귀가 어쩌고 하다가 그래도 고기는 맛있다는 정신나간 얘기를 하다가, 마무리를 못하고 친구들의 빈축을 샀다

 

엄마집사 사고칠것같은데.... 걱정하는 보리와 비단 (사진=조영미)

 

엄마집사는 괜히 가만있는 날 보며 혀꼬부라진 비음에 솔 옥타브로 “우리 비~단~” 부르며 은근슬쩍 자리를 피했다. 으이그... 저 못말리는 허당 엄마집사지만 그래도 비음에 솔 옥타브로 불러주는 우리 비단~”은 정말 좋다.

 

주책바가지 엄마집사.. 부끄러움은 왜 내 몫인가! (사진=조영미)

 

집사워너비 편집자를 위해 따로 챙겨주신 보너스 영상 중 하나를 공개합니다. 나머지는 편집자 혼자 볼거임! (영상=조영미)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