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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M

[PRISM] 암호화폐 채굴의 경험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PRISM> 꼭지는 노동과 이어지는 다양한 사회운동과 관련한 내용을 싣습니다. 지난 회차에 이어 소위 암호화폐와 관련한 내용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암호화폐 채굴의 경험

 

노현영

동국대학교 맑스철학연구회

 

  2020 12, 이더리움[1] 비롯한 암호화폐의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따라 이더리움 채굴의 채산성이 급등하며 2017년에 이어 번째로 암호화폐 채굴 붐이 일었다. 이로 인해 시중에 유통되는 그래픽카드[2] 물량이 동나고 가격이 급등하였다. 마침 부업으로 조립형 PC 취급하던 필자는 암호화폐 채굴에 2주간 뛰어들게 되었다. 글을 통해 암호화폐 채굴을 경험하면서 느낀 부조리를 나누고자 한다.

 

 

암호화폐 채굴이란 무엇인가

 

  간략하게 설명하면, 암호화폐 채굴이란 매우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어내고 대가로 암호화폐를 얻는 과정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주요한 암호화폐들의 채굴 방식은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 방식이다. 이는 암호화폐의 거래내역이 유효한지를 검증하는 작업에 참여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작업은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어내는 것으로 이루어지고,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그래픽카드 혹은 ASIC[3] 채굴기가 동원된다.

 

채굴기 예시 사진. 통상적으로 채굴 전용으로 생산된 ASIC(주문형 반도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반 데스크탑 PC 플랫폼에 연산용 그래픽카드를 여러 대 연결하는 것으로 제작된다.[편집자주]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전기와 반도체가 동원되고, (2017 채굴 대란을 제외하면) 이전까지는 때문에 소모되는 비용에 비해 채굴을 통해 얻게 되는 암호화폐의 가격이 낮아 소수의 사람들만이 암호화폐 채굴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2020 12 이후 암호화폐, 특히 이더리움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채굴을 통해 수익을 남길 있게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저 돈이 된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채굴에 뛰어들게 되었다.

 

 

암호화폐 채굴의 경험

 

  2021 3 15, 엔비디아사의 RTX 3060이라는 그래픽카드에 걸려 있던 채굴 [4] 해제시킨 개발자용 드라이버가 엔비디아 측의 실수로 공개되었다. 소식을 접한 나는 짧은 기간 암호화폐 채굴을 경험해보겠다는 생각으로 해당 그래픽카드 십여 개와 채굴기 조립에 필요한 부품들을 주문하였다.

 

  기존에는 암호화폐와 같은 투기에 뛰어들 자산도 없고, 뛰어들 생각도 없었기에 암호화폐 트레이딩이나 채굴에 관한 지식이나 경험은 전무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부품들을 주문한 이후 처음으로 이더리움 지갑을 생성하고,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입하여 실험적으로 5만원으로 몇몇 코인을 사보았으나 다음날 빨간색(손실) 숫자만이 보였다. 기실 어떠한 사용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가치를 담보하는 정부가 있는 것도 아닌 암호화폐 거래에서 합리적인거래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해당 코인들은 처분하고 채굴기 부품 수령을 기다렸다.

 

  부품들을 수령한 , 채굴기 조립에 들어갔다. 그래픽카드를 이용한 암호화폐 채굴기는 근본적으로 개인용 컴퓨터와 동일하다. 다만 채굴기는 채굴이라는 목적에 충실하게 채굴과 무관한 cpu, ram 등의 성능과 용량은 낮은 것을 탑재하고, 그래픽카드가 여러 설치된다. 운영체제 또한 PC 같이 윈도우나 리눅스 등을 사용한다. 그래서 채굴기 조립은 PC 조립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그래서 PC 취급하던 자영업자들이 채굴기를 함께 취급하거나 아예 채굴기만을 취급하기도 한다.

 

  채굴기를 조립하고 소프트웨어를 셋팅한 채굴기를 시간 동안 가동시켰다. 채굴 결과 한화로 2만원 가량의 가격을 가진 이더리움이 지갑에 생겨났다. 이를 거래소 지갑으로 이체하고 판매하자 실제로 2만원 가량의 현금이 생겨났다. 사이에 내가 일이라고는 채굴기의 전원을 채굴 프로그램을 실행한 상태로 방치한 것이 전부였다

 

   이는 사람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더리움 가격 폭락의 위험성이 상존함에도, 그저 채굴기를 구입하여 켜놓는 것만으로 월급에 맞먹는 수익을 얻을 있다는 것에 혹하지 않기란 어렵다. 그래서 수억원 이상을 투입하여 채굴장을 설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채굴기를 소규모로 운용하는 행위가 유행하게 되었다.

 

  이후 짧은 기간 채굴기를 가동시켜 보았지만, 고정된 소득조차 없는 대학생의 입장에서 암호화폐 폭락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환경 파괴에 기여하며 채굴을 이어갈 이유는 없었다. 채굴을 중단하고 채굴기를 전부 처분하며 짧았던 채굴의 경험은 끝이 났다.

 

 

암호화폐, 도박장의 광란

 

  근래에 보수 양당과 언론에서는 암호화폐 광풍이 마치 어려운 청년 세대가 마지막 동아줄로써 암호화폐에 거래와 채굴에 뛰어드는 말하고는 한다. 하지만 짧은 기간 채굴에 뛰어들며 채굴과 거래를 지켜본 입장에서, 이는 말도 되는 사기극이다. 암호화폐 채굴을 다루는 커뮤니티에서도 자신들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도박에 뛰어들었으며, 손익분기점을 넘길 있을지 없을지는 없다는 것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다. 그래픽카드를 이용한 암호화폐 채굴은 암호화폐가  폭락하지 않는다면, 장비를 처분함으로써 원금에 가까운 금액을 회수할 있다는 점에서 트레이딩보다는 안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굴에 뛰어든 사람들조차 인정할 만큼 암호화폐와 관련된 모든 것이 도박성이 짙은 것이다.

 

암호화폐 중 하나인 이더리움의 차트. 주식과 유사해보인다. [편집자주]

 

  무책임한 정부가 암호화폐에 충분한 규제를 가하지 않음으로서 수많은 사람들이 도박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는 절대 청년 세대만의 일도 아니다. 한참 채굴 광풍이 심하던 당시, 채굴기를 처분하려 중고거래 사이트에 글을 게시하자 수십 건의 문자가 오고는 했다. 보통 중고 전자제품을 개인에게서 구매하는 사람들은 해당 전자제품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을 갖추고서 구매를 시도하고는 한다. 그런데 채굴기는 반대였다. 물론 관련된 지식을 갖추고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채굴기를 어떻게 작동시키는지조차 모르고 전화를 걸어 필자에게 이것저것 묻고는 했다. 이들 중에는 청년층도, 중장년층도 있었다.

 

  암호화폐는 제대로 규제 없는 도박판이다. 도박판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도박임을 알면서도 탕을 노리고 뛰어들거나, 그저 돈이 된다니까 뛰어들거나 하나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자산을 탕진하여 삶이 파괴되고, 채굴에 낭비되는 에너지와 반도체가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이런 광란은 하루라도 빨리 끝나야만 한다.

 


[1] 비트코인과 함께 대표적인 암호화폐

[2] PC 주요 부품 하나. 주로 게이밍, 데이터 분석 혹은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된다.

[3] 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 특정 용도용 집적 회로. 암호화폐 채굴 특정한 용도로 사용되는 반도체를 뜻함.

[4] 그래픽카드 제조사에서 그래픽카드의 채굴 성능을 제한시키는 것을 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