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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마디

[단!마디] ‘인국공’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넘어 노동관계법 전면 개정으로 나서야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단!마디> 꼭지는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단병호 대표(민주노총 지도위원, 17대 국회의원)의 노동 및 사회현안에 대한 논평과 제언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인국공’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넘어 노동관계법 전면 개정으로 나서야

 

2020. 7.

 

  지난 6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가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소방대원 211명과 야생동물통제 담당직원 30명 그리고 여객보안검색요원 1,902명 등 생명 안전과 밀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인국공의 발표가 있은 직후 인국공 정규직 노조가 즉각 반대 성명을 발표내고 뒤이어 보수언론과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정치인들까지 가세하면서 인국공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사회적 정치적 쟁점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인국공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불공정’ ‘로또 취업’ ‘역차별’ ‘알바하다 연봉 5,000’ 등 매우 선동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 인국공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마치 부당한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사실관계에 근거하지 않은 매우 악의적인 것으로, 그 이유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사회적 시대적 흐름을 차단하자는 것이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인국공은 비정규직 천국

 

  인국공에는 11,400여명의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중에 정규직은 1,140여명에 불과하고 80퍼센트가 넘는 9,785명이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중에는 3,600여명이 보안 요원으로 근무하고 있고, 이들 중에서도 1,902명은 보안검색요원으로, 1,729여명은 보안경비요원으로 분류된다. 이번에 직고용 정규직 전환은 보안검색요원 1,900여명이 그 대상이다.

 

  인국공에서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들은 공항운영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상시근무를 하면서도 공사의 정규직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차별적 대우를 받아 왔다. 공사(정규직)의 평균연봉은 8,397만원이고, 5급 신입 연봉이 4,589만원이다.(알리오 공시 기준)

 

  이에 비해 공항 안전과 생명의 안전 등 필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보안검색 요원의 평균 연봉은 3,700만원에 불과하다. 환경미화업무 등을 담당하는 더 많은 비정규노동자들의 임금은 이들보다 더 열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1만 명에 가까운 비정규노동자들은 정규직이 누리는 복지혜택에서도 대부분 제외된다.

 

  인국공은 비정규직에 의해 유지되고 비정규직에 의해 운영되는 비정규직 천국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들이 인국공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의 정당한 처우에는 턱없이 부족한 대우를 받고 있다.

 

  이런 왜곡된 고용구조와 차별을 공공부문에서부터 바로잡아가지 못한다면 노동시장에 만연해 있는 왜곡된 고용구조와 신분제적인 차별을 개선해 나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국공의 정규직 전환 방침은 늦었지만 모두가 환영하고 축하해야 할 일이지 비난하고 반대해야 할 일이 아니다.

 

 

인국공의 정규직 전환은 노사전합의 안의 반쪽짜리 이행에 불과

 

  지난 622일 인국공이 발표한 정규직 전환 방침은 20171226일에 있었던 노조와 사용자 그리고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회(이하 노사전)가 합의한 내용에서 함참 후퇴된 방침이다. 당시 노사전합의안은 공사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1만 명 중에 보안업무에 근무하는 3,000명은 직고용 정규직화하고, 나머지 7,000명은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사는 노사전합의 이후 3년이 경과하도록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미루어 왔다. 그러나 올해 228일 공사가 느닷없이 법률상의 문제를 거론하며 자회사를 설립해 보안검색 노동자를 고용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다 지난 622일 노조와의 협의 없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소방대원 211, 야생동물통제 30, 보안검색 요원 1902명을 직고용 정규직화 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1기 노사전합의안의 파기이다. 1기 노사전합의안은 보안업무에 근무하는 3,000명을 직고용 정규직화 하는 것이다. 현재 인국공에서 근무하고 있는 보안 요원은 3,600여명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현재 인국공에는 보안검색 요원은 1,902명 그리고 보안경비 요원은 1729명이 있다.

 

  인국공은 보안경비 요원 1729명은 직고용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들 보안경비 요원 1729명은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1기 노사전합의안과도 맞지 않으며 현재 이들이 하고 있는 업무의 성격을 봐서도 직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옳다. 보안경비 요원은 무기를 소지하고 근무할 뿐만 아니라 유사시에는 목숨을 걸고 인명과 공항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다. 인국공이 채용하고 있는 청원경찰과 조금도 다르지 않는 필수 인력이다. 따라서 자회사가 아닌 인국공에서 책임 있게 관리되어야 마땅하다.

 

  보안검색 요원 1902명 중에서도 2017512일 이전 입사자는 전형 없는 적격심사방식으로, 이후 입사자 800여명은 필기 전형이 있는 공개채용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 또한 1기 노사전합의안에는 없는 것이고, 더구나 노조와는 협의도 없이 인국공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1기 노사전합의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진행하고 있는 이번 조치는 노사관계의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이다. 따지고 보면 인국공의 정규직 전환이 사회적 정치적 관심의 정점에 띄워지게 된 것도 인국공이 합의사항을 신속하게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빗어진 결과이다. 지금부터라도 인국공은 노사와 긴밀하게 협의하며 최소한 1기 노사전합의안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국공의 정규직 전환은 불공정 취업로또 취업도 아니다

 

  불공정한 취업이라 함은 해당분야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것을 말한다. 과연 인국공 정규직 전환이 보수언론과 보수정치인들이 떠들고 있는 것처럼 정말 공정하지 못한 불공정한 것인가?

 

  우선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보안검색 요원은 대부분 대학에서 항공보안학과나 항공서비스학과 또는 경호학과를 전공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짧게는 3년 이상 길게는 10년 이상씩 보안검색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비록 용역회사를 통해서이긴 하지만 인국공이 요구하는 절차에 따라 공개 채용되었고 채용된 뒤에는 2개월간의 교육을 수료하고 국토교통부의 인증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도 단독근무에 투입되기까지 1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야 한다.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왜 문제가 되어야 하고, 언론으로부터 정치인들로부터 불공정 취업이니 하는 매도를 당해야 하나. 상시근무를 하면서도 고용형태로 인해 갖은 불이익을 당해야 하는 것이 부당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가?

 

  ‘로또 취업이니 연봉 5,000’ 복권 당첨이니 하는 것은 사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악의에 찬 선동에 불과하다. 보안검색 요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어도 일반직과는 다른 청원직의 임금체계를 적용받기 때문에 일반직과 동등한 임금을 받을 수 없다. 현재 보안검색 요원 평균 연봉은 3,700만원 수준인데 정규직으로 전환되어도 현재보다 조금 높은 평균 연봉 3,850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되어있다. 일반 정규직 평균 연봉 8,397만원의 절반 수준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것이 로또 취업이니 복권 당첨이니 하고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야 할 일은 아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정규직 취업의 문을 넓히는 것

 

  인국공의 정규직 전환이 발표되자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하 취준생)이 자신의 일자리를 부당하게 빼앗겼다며 분노하고 있다. 수년에 걸쳐 어렵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의 입장에서는 인국공의 정규직 전환이 정부 방침에 따라 하루아침에 얻게 된 행운으로 보일 수도 있다. 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올바르고 정당한 분노는 아니다.

 

  취준생들이 분노하게 되 데는 정규직 노조의 편협하고 이기주의적인 반대 성명과 한 카톡방에 터무니 글이 올라오고 이를 보수언론과 보수정치인들이 뼈를 세우고 살을 붙여 퍼뜨린 것이 결정적인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직이라며 카톡방에 올린 나 군대 전역하고 22살에 알바천국에서 보안으로 들어와서 190벌다가 이번에 인국공 정규직으로 간다. 연봉 5000 소리 질러 2년 경력 다 인정받네요~~ 서연고 나와서 뭐하나 ㅋㅋㅋㅋㅋ 인국공 정규직이면 최상위인데 ㅋㅋㅋ 졸지에 서울대급 되버렸네 소리질러 ㅋㅋㅋㅋ 니들 5년 이상 버릴 때 나는 돈벌면서 정규직 ㅋㅋㅋㅋ 요새 행복~~~ 부모님도 좋아함이라는 글은 열심히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이 상실감과 분노를 가지기에 충분한 내용이다. 신원도 확인되지 않고 사실관계도 100퍼센트 틀린다.

 

  보수언론은 이글을 소재로 삼아 알바에서 연봉 5000’ ‘로또 취업’ ‘불공정 취업’ ‘복권 당첨등의 선정적인 용어를 동원해 인국공의 정규직 전환이 엄청난 문제가 되는 것처럼 부풀렸다. 보수 언론이 사실관계를 조금만 확인해도 알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이런 부풀리기 보도에 사활을 거는 목적은 명백하다. 공공부문에서부터 시작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민간기업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보수정치인들은 말도 안 돼는 논리로 공정성을 공격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인국공 정규직은 토익 만점, 컴퓨터 활용 능력 1급 받고, 고시 수준 국가직무능력을 공부해서,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되는 자리라며 능력과 공정성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정규직 전환을 한다면 기존 인력과 외부 취업준비생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해라절차의 공정성을 주장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고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에 맞추려면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을 없던 것으로 하든지 아니면 기존에 비정규직을 전부 해고시키고 다시 뽑던지 해야 한다. 과연 이것이 올바르고 공정한 절차인지를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애꿎은 취준생들을 방패삼아 국민들 사이에 갈등을 부채질하지 말고 차라리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미래통합당은 재검토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고 솔직히 말하는 것이 맞다.

 

  취준생들의 분노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해도 인국공에서 근무하지 않는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 한 고용형태가 바뀐다고 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늘어나고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 만약 취준생들도 정규직 전환을 문제 삼는다면 비정규직은 비정규직 상태로 그대로 두라는 주장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취준생들이 이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비정규직의 총량을 줄여나가는 것은 왜곡된 노동시장(고용구조)을 바로잡아가는 것이고 정규직 취업의 문을 넓혀나가는 길이다. 노동시장이 불평등한데 공정한 경쟁을 이야기 하는 것은 공허할 뿐만 아니라 취준생(노동자)스스로 제 살을 갉아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취준생들은 인국공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분노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과 연대해서 공고하게 굳어져 있는 정규직으로의 진입 장벽을 허무는데 나서야 한다. 그것이 정당하고 정의로운 분노다.

 

 

더불어민주당, 노동법 전면 개정에 나서야

 

  오늘날 노동시장과 사회양극화가 있게 한 중심에는 비정규직을 양산한 노동정책이 있다. 그 노동정책의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당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등을 제·개정할 때 사용사유 제한고용의제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의 양산을 막기 위해서는 사용사유 제한과 고용의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당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야합해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통과시켰다. 그때부터 비정규직의 제도화가 정착되었다.

 

  문제인 대통령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말해 왔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정규직화를 했다고 해도 대부분 자회사를 만들어 채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고용도 완전히 보장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임금 조건도 크게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의 정규직 전환 방식을 두고 무늬뿐인 정규직, 중규직이라는 비판이 높다.

 

  문제인 대통령과 더불어 민주당은 인국공의 정규직화를 넘어 전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 ·제도로 인해 고용양극화와 차별이 당연시 된 만큼 법·제도의 개정을 통해 바로 잡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소득증대는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가져 올 수 있어 코로나 정국에서의 경제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 기간제법과 파견제법을 개정해 사용사유제한과 고용의제를 도입하고,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과 사용자성을 보장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법정노동시간을 35시간제로 개정해 일자리를 늘려 취준생들에게 취업을 문을 넓혀줘야 한다. 180석이라는 엄청난 의석의 힘을 엉뚱한 곳에 낭비하지 말고 이 시대의 가장 핵심 의제인 일자리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