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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읽을꺼리] 늦깍이 노조 상근자로 살아가기_(1)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후회없이 살자

 

이번 호부터 [읽을꺼리] 꼭지에 연재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대전에서 불꽃같은 활동을 하시며 늦깎이(?) 노조 상근자로 열일중이신 이점진 회원께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호응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후회없이 살자

 

이점진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세종지부 조직부장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나의 철칙이 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후회없이 살자

거창하진 않아도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려 늘 바쁘게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서 가끔씩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보면 딱히 후회할만한 일은 없다.

다만 한가지 늘 목구멍에 가시처럼 걸려 있는것은......

 

 

80년말 20대중반에 들어간 회사

 

통제를 당하는건 일상이고 식사시간도 없어 굶기를 밥 먹듯이 했다.

분노가 쌓인 동료들과 함께 파업에 동참했고 노조를 결성했다.

노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만든 노조는 5개월만에 깨지고 당연히 해고되었다.

해고된후 회사는 더 집요하게 동료들을 통제하고 탄압하였고

3년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대법원까지 가서 승소를 했지만 동료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을 결심까지 했지만 너무나 억울해서 죽을수도 없었다.

그후로 나는 이전의 삶을 버리고 전혀 다른 세계의 삶을 살게 되었다.

 

1993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아니지만 노동조합법상으로는 노동자라는, 국내 첫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대법원 판결의 주인공 중 한명이 이점진 동지랍니다. [편집자주]

 

2018년 봄 한통의 전화가 왔다

 

공공운수노조에서 ㅁㅁ지부가 설립이 되었는데 상근자를 채용한다.

(현재 이점진동지가 있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세종지부와는 다른 곳입니다. [편집자주])

그런데 대부분 50~60대 남성이므로 젊은 상근자보다는 연륜(?)이 있는 언니가 딱~일듯하여 추천한다고......

젊은시절 노조를 만들다 깨진 죄책감이 가시처럼 걸려 두려움과 이제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제대로 한번 싸워 보고 싶다는 욕망이 뒤섞여 고민을 했다.

 

그래, 후회없이 한바탕 놀다갈 인생인데

미친듯이 해보면 뭔가 되지 않겠나 하는 맘으로 면접을 보기로 했다.

 

ㅁㅁ지부......

쉽게 말하면 전봇대를 세우고 지하 맨홀로 들어가 전선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만든 노조이다.

노동자들은 늘 산재를 달고 살아가고 지하 맨홀에서 일하다 죽는 분들도 많았다.

열악한 환경속에서 하루하루 일당으로 살아간다.

지부가 생기면서 노조 가입자는 오히려 급격하게 늘어났고 전국적으로 조직이 만들어졌다.

 

면접을 보러가니 공공운수노조와 지부장이 각각1인씩 두명이 추천되었고

지부장은 본인 입맛에 맞는 상근자를 채용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면접결과 한표 차이도 떨어졌다.

하지만 지부장 추천으로 합격된 이는 상근할 마음이 전혀 없다고 하였다.

억지로 면접을 보았고 언니같은 사람이 상근을 해야한다는 말과 함께......

 

그 친구의 손을 잡고 조용한 커피솝으로 갔다.

커피를 마시며 내가 살아온 얘기와 노조상근를 결심하게 된 이유까지 말하고 상근할 맘이 없다면 신속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정리해 달라고 부탁했고, 그 친구는 전화기를 꺼내 자기의 입장을 정확하게 전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지부장땜에 하루종일 맘고생을 좀 하다가 밤 12시가 넘어서 다음주부터 출근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지부장이 나를 끈질기게 반대했던 이유는

 

지부장은 노조를 만든 자체가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일당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노조의 감독아래 일을 주면서 수수료를 떼고 그 돈으로 노조를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노조원들에게 짐승같은 개쓰레기들이라 사람 취급을 하지 말아야한다는 말을 서슴치 않고 지껄이고 그런 사람이었다.

 

민주노조에서는 절대로 있을수 없는 일인데, 공공운수노조에서 추천한 사람을 상근자로 채용할 경우 본인 입맛대로 노조를 운영할수 없을거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지부장은 조합원들에게 내가 공공운수노조에서 내려꽂은 프락치라는 말을 항상 달고 다녔다.

 

우여곡절 끝에 지부장과의 첫 싸움은 나의 승리......

 

이점진 동지는 수년간 투쟁사업장에 반찬/식사 연대를 꾸준히 해왔습니다. 사진은 갑을오토텍 투쟁 현장에서 조합원 혼자 쌀을 씻는 모습이 안쓰러워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상황. [편집자주] (사진=금속노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