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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원 이모저모

[교육원 이모저모] 활동가 기초과정 수강후기 - 서울 35기 조미영

 

편집자는 서울 안내강사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안내강사 훈련을 받은 후 이번에 처음으로 한 기수를 완강했습니다. (자랑) 아직 어설픈 안내강사와 13주간 개근까지 하며(!) 고생한 서울 35기의 조미영 수강생께서 수강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 [편집자주]

 

활동가 기초과정 수강후기

 

조미영

서울 35기 수강생

 

기초활동가 교육 중에

 

  처음 큰 화일을 받을 땐 기분이 좋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무거워 집에 가지고 가 복습할 수 없었다. 한번 듣고 말아버리면 다 사라져버리는 것을 감안하면 젊은 친구들처럼 간단하게라도 파일을 공유하는 방법도 생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또한, 미리 참고할 만한 책을 읽으며 함께 배움의 시간을 갖으면 더 좋았을꺼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처음엔 질문이 촘촘하지 않게 느껴졌고, 낯설기도 하여 충분히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했었다.

 

조미영 동지는 이번 기수의 개근 수강생입니다. 교육원의 공식 개근상과 함께 저도 따로 선물을 드렸습니다. 선물이 궁금하시면 오셔서 개근하세요! [편집자주]

 

  관심과 관점, 노동자, 일터와 삶터 부분들이 시야를 더 넓게 해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사회의 현실 부분은 너무 무겁게 느껴졌고, 한국 노동운동사 부분은 한쪽으로 치우쳐있다는 느낌도 들었었다.

 

  34페이지 '자본주의 사상에 물든 노동자의 행동'이라는 제목보다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제목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완전히 벗어나서는 생존할 수 없고, 좀 더 지혜롭게 사는 것을 꿈꾼다는 의미가 더 들어있기를 바랬다.

 

 

기초활동가 교육을 마치며

 

  민주노총 위원장을 하셨던 단병호 대표님과 동지들이 만든 평등사회노동교육원이 만들어진지 10년이 되었다고 한다. 벌써 35기째 활동가 기초 교육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4개월 가량 매주 수요일에 만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일을 마치고 매주 모인다는 것이 처음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지치고 피곤하고 거리도 있어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꾸준히 배움의 시간을 가지면서 세상에 대한 관점과 이해가 조금 더 넓어지고, 노동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직면하게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각자 다른 성향, 교재를 가지고 진행하다보니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잘 끌어내지 못해 약간 불편하기도 하고 쉽게 마음이 열리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만나다보니 조금씩 어려웠던 부분들이 이해가 되고 점점 친밀해진 느낌이 들었다.

 

노란머리 안내강사가 게시판 토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키가 작아보인다구요? 기분탓입니다 엉엉 [편집자주]

 

  수련회 한 달전쯤 개별과제와 조별 과제를 받았다. 개별과제는 문화공연 관람, 나의 사업장 조직진단 및 활동가로서 실천계획 세우기, 책 읽고 소감쓰기 등 다양한 활동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제출하는 것이였다. 조별과제는 연대사업장을 방문해 인터뷰를 하는 것이였다. 다 해보고 싶은 흥미로운 과제였지만 기한이 정해져 있으므로 가능한 것 하나만 우선 하기로 했다. 조별로 만나 사업장을 방문하고 나름대로 정리하여 발표 준비를 했다.

 

  활동가 기초 교육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수련회로 교육을 마무리 했다. 우선 위로 공단이란 다큐 영화를 같이 보았다. 다큐에 연극도 같이 들어있고, 최근 까지 활동가들의 모습이 보여서 반갑기도 했다. 그리고 단병호 대표님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아직도 정정하시고 후배 노동자들을 위해 이런 교육을 준비해 주셨다는 것에 감사했다. 많은 질문들을 했고, 충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기 모습과 이상을 어떻게 일치 시킬 것인가를 항상 고민한다. 내 생각과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라는 이야기였다.

 

기초과정 35기 졸업수련회 사진. 한 분이 본인 얼굴을 꼭 가려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셔서 펭수로 대체해 드렸습니다! [편집자주]

 

  그리고 준비한 과제를 서로 발표하는 시간에 더 깊이 있는 노동의 현실,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등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1985년 영국의 광산 파업 내용, 영화 찰리의 초콜릿 공장 이야기, 박송작가 노조 이야기, 영화 가버나움, 논픽션 다이어리, 내일을 위한 시간, 소설 외딴방 이야기 등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조별과제로 전태일 열사 기념관을 방문한 조는 전태일 열사가 일순간의 감정으로 분신을 한 것이 아닌, 본인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셨다는 것을 새롭게 느꼈다고 했다.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엄청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우리 조는 노들 야학을 방문한 내용으로 발표를 했다. 또 한팀은 세종호텔 시위현장을 방문했으나 내용이 잘 정리가 안되어 발표하기를 힘들어하기도 했다. 장외 집회 9년의 투쟁을 이어오고 있지만, 아들이 아버지 기업을 뺏다시피한 대표이어서 그런지 상상을 초월한 탄압이 많았다.

 

'투쟁사업장 방문 조'는 세종호텔을 방문해서 박춘자 위원장님과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다음번 기수 과제때는 세종호텔 투쟁이 승리로 끝나 갈 수 없게 되길 희망합니다. [편집자주]

 

  일정을 마무리 하고 직접 요리한 짬뽕과 굴, 산낙지를 초장에 찍어 먹으며 맥주와 양주를 함께 마셨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전임 노조 간부 일을 하는 젊은 친구들과 만남과 소통이 즐거웠다. 교육장 근처에서 숙소를 찾지 못해 함께한 방송작가 원룸에서 함께 잠을 잤다. 책이 가로로 눕혀 있는 책장, 해외 여행의 흔적들, 작가로써의 그녀의 공간이 참 아늑하고 좋아보였다.

 

  이렇게 우리들의 배움과 만남을 정리하고 나니,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어느 정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일해 않을 수 없는 노동자이지만, 개인의 성공과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문제를 회피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