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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읽을꺼리] 브라보 마이 개고생 라이프_(19) ‘종’에 상관없이 버림받는 아이들은 꼭 있다. 속상하게도.

오늘은 강아지가 아닌 도마뱀 얘기입니다! [편집자주]

 

‘종’에 상관없이 버림받는 아이들은 꼭 있다. 속상하게도.

도마뱀의 귀여움에 빠지고, 무책임하게 버리는 인간들에게 화나다

 

송기애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인천 회원

 

우연히 유튜브에서 레오파드 게코도마뱀의 치료 영상을 보게 되었다.

도마뱀의 눈에 있는 커다랗고 딱딱하게 굳은 염증 덩어리를 빼주고 치료 해주는 영상이었는데, 벌레와 파충류를 무서워함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너무 아파 보여서 마음을 졸이면서 끝까지 보게 됐다.

도마뱀은 자기의 안구보다 더 큰 염증 덩어리를 눈 안에 담고 있었다. 얼마나 아팠을까...ㅠㅠ

이 도마뱀은 야생의 도마뱀이 아니라 사람이 집에서 키우다가 아이가 아프니까 파충류 전문 분양삽에 버리고 간 아이였다.

이 분양샵의 사장님은 이렇게 문앞에 버리고 가거나, 찾아와서는 기증이랍시고 막무가내로 두고 가는 아이들을 치료해주고 새 주인을 찾아주곤 한다(사고파는 분양샵에 대한 논의는 차치한다).

영상 속의 도마뱀은 다행히 커다란 염증 덩어리를 무사히 빼냈고 염증 때문에 안쪽으로 들어간 안구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한다.

나는 정말 다행이다생각하면서 안도했다.

 

 

그런데 이 영상을 본 후에 도마뱀 영상이 자꾸 알고리즘으로 뜨게 됐고, 나는 아픈 아이를 치료하는 도마뱀 영상을 한번씩 클릭하다가 혼자서 탈피를 하지 못하는 도마뱀의 탈피를 도와주는 영상도 보고, 나중에는 이런 저런 도마뱀 영상까지 두루두루 보게 됐다(아직 뱀은 무서워서 못본다-.-).

그런데 요 도마뱀이란 녀석들, 보면 볼수록 너무 귀여운 거다.

자세히 보니 도마뱀도 다 생긴 게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각자 다른 개성과 매력이 있다.

눈이 동그란 아이, 색깔이 예쁜 아이, 발가락이 귀여운 아이, 꼬리가 통통하니 귀여운 아이, 참을성 많은 아이, 애교를 잘 부리는 아이 등등 저마다 예쁘고 귀여운 구석이 있다.

영상을 통해서 본 것뿐인데도 볼수록 정이 드는데 직접 키우는 사람들은 얼마나 예쁠까.

 

 

그런데 분양샵 사장님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렇게 귀여운 도마뱀을 키우다가 버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강아지의 경우와 달리 파충류는 주로 청소년 남학생들이 호기심 또는 주변에 돋보이고 싶은 마음에 부모의 허락도 받지 않고(또는 전적으로 본인이 알아서 키우겠다는 각서를 쓰고) 집에 데려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파충류에 대해 공부도 하지 않고 마음이나 경제적으로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청소년들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아이가 병에 걸리기 일쑤고, 병원에도 데려가지 않아서 병을 더 키우게 되고, 걷잡을 수 없게 되면 결국 버린다.

따뜻한 곳에서 일정한 온도를 맞춰줘야 살 수 있는 도마뱀을 추운 겨울에 무방비 상태로 상자에 넣어서 택배로 보내는 인간도 있고, 새벽에 매장 앞에 버려두고 가는 인간도 있다고 한다. 직원들이 출근해서 발견할 때쯤이면 도마뱀은 딱딱하게 얼어있다고 한다.

쪽지를 상자 안에 넣어놓는 인간들도 있는데 잘 키워주세요라고 써놓는다. 자기가 안키우겠다고 버리는 자기의 반려동물을 누구한테 잘 키워달라는건지 참... 그래놓고 자기는 버린 게 아니라 좋은 곳에 보낸 거라고 자위하고 있겠지...

꼭 청소년의 경우만은 아니다. 아이가 아프면 적절한 치료를 해줘야되는데 치료도 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무책임하게 분양샵에 와서 맡아 달라는 사람도 여럿 있다고 한다(심지어는 돈을 받고 분양샵에 팔겠다고도 한단다).

 

 

반려동물로서의 파충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던 나는, 강아지처럼 보호자에게 버림을 받는 반려 파충류도 많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을 하지 못했다기 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표현이 맞겠다. 하긴 주위에 파충류를 키우는 사람이 없어서 본 적이 없었을 뿐 무책임한 인간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마련이고, 장난감처럼 사왔던 파충류를 버리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생명들 중에서 나에게로 온 한 아이.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같이 울고 웃고 서로에게 위로와 의지가 되어준 존재. 그런 생명을 어떻게 버릴 수가 있을까.

이름 없었던 아이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어서 피어나는 그 기쁨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동물들도 자기가 버림받았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슬퍼한다.

마음은 슬프고 길 위의 삶은 죽을만큼 힘겹다. 살만해서 사는 게 아니다. 동물들은 스스로 죽는 방법을 모른다. 그저 견뎌낼 수밖에 없는 삶은 너무 고통스럽다. 버림받은 생명은 몸과 마음이 무너지면서 서서히 죽어간다.

한때 가족이라고 말했던 아이들을 어떻게 죽음으로 내몰 수가 있을까?

진짜 슬프고 화가 나는 것은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생명은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는 것, 생명은 버리면 안된다는 것, 모든 생명은 귀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 그런 사실을 구성원 모두가 당연하게 알고 있는 사회는 언제나 올까?

제발 버리지 말자.

 

이곳에서 https://www.youtube.com/c/dungnansong 아이들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