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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읽을꺼리] 브라보 마이 개고생 라이프_(11) 인싸 집순이

오늘도 돌아온 개고생라이프 입니다. [편집자주]

 

인싸 집순이

송기애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인천 회원

 

같이 만나기로 했던 친구들이 나 몰래 12일 여행을 다녀왔다(이것들이...)! 자기들끼리의 여행에 대한 핑계는 넌 애기들 때문에 어차피 못가잖아. 너 부담스러울까봐 말 안했다였다. ... 어차피 못가는 건 맞다... 집을 하루라도 비우려면 꽤나 어렵고 많은 돈이 든다. 우리집에는 장애아이, 손안타는 아이, 하루 두 번 산책을 해야 하는 아이가 있다. 그 중 둘은 극단적 쫄보이다.

 

장애를 가진 대형견 하니가 갈 수 있는 강아지호텔은 거의 없다. 가정에서 하는 펫시터는 더더욱 구하기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극단적 쫄보인 송이는 용품점에만 데려가도 혀가 보라색으로 변하면서 극한의 공포를 느낀다. 호텔에 데려다 놓으면 호흡곤란이 올지도 모른다. 게다가 사람 손도 타지 않으니 달래줄 길도 없다. 난이는 실외배변만 하기 때문에 하루 두 번 산책을 꼭 해야된다. 예민한 탓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지만 호텔에 맡기는 건 가능하다. 그러나 운동장이 있어야되고 훈련사가 상주하는 호텔이어야 된다.

 

세 아이를 한꺼번에 맡길 수 있는 호텔이나 펫시터... 없다.

 

 

3년 넘게 12일로 나가본 적이 없다가 작년 10월에 몇 년만에 M.T를 갔다. 놀러가기 두달 전부터 우리집에 와서 아이들을 돌봐줄 알바를 수소문했다. 강아지를 좋아해야 되고, 장애견을 돌볼 수 있어야 되고, 여자여야 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없을 때 울집에 있어야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된다.

 

한달도 넘게 사람을 구한 끝에 가까스로 여학생들을 구했다. 우리 하니랑 같이 구조된 아이들이 있는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다니는 대학생들이 고맙게도 하니도 볼겸 와주겠다고 했다. 호텔에 맡기는 것보다 당연히 돈이 많이 든다. 그래도 와주기만 하면 고마울 따름이다.

 

 

아이들을 키우기 전에는 혼자하는 여행과 친구들이랑 술먹는 것이 취미였던 나는 아이들을 키우고 나서는 점점 외출이 줄어들다가, 셋째 송이가 온 후로는 과거의 영광은 모두 잊고 완벽한 집순이의 삶을 살게 됐다. 이젠 집에서 놀고 술은 대부분 혼자 마신다. 애들 똥오줌 치우고 말썽 수습하고 청소하고 밥먹이고 산책하면 하루가 모자란데 놀러나갈 생각을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나는 외딴섬처럼 산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미 아웃사이더가 됐다. 그렇지만 모든 생활에서 아싸는 아니다. 동네에선 오히려 인싸의 삶을 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혼자서 동네 가게라도 들어가면 사장님들이 강아지는 어쩌고?”라고 물어본다. “, 저 강아지 키우는 거 어떻게 아세요?” “맨날 하루에 몇 번씩 강아지 데리고 지나가는데 왜 몰라~” 우리 난이는 안전상의 문제로 하네스와 목줄을 3개씩 하고 다녔기 때문에 특히 눈에 띄는 아이였다(지금은 줄을 2개 하고 다닌다).

 

 

난이와 나는 동네 구석구석을 매일 누비고 다닌다. 강아지 친구들을 좋아하는 난이 덕분에 산책하면서 만난 강아지의 보호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가게는 강아지 출입이 가능한 곳 위주로 간다. 놀이터에서 고양이 밥을 줘야되기 때문에 거기에서 공공근로하시는 분들과도 잘 지내야되고, 장기 두시는 할아버지들과도 인사하고 지낸다.

 

 

아이들을 기르기 전에는 나는 동네에서 완벽한 아싸였다. 남 말()하는 게 싫고 동네 아줌마들의 이런저런 입방아를 싫어하는 나는 절대로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사회현상에 대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얘기할 때의 피곤함도 내가 아무나하고 말을 섞지 않는 이유 중 하나였다.

 

이제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아이들 때문에 필요해서 동네 사람들과 전화번호를 교환하기도 하고(특히 캣맘을 하려면 다른 캣맘과의 교류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용품점과 동물병원에서 만난 보호자들과도 강아지,고양이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강아지를 들여보내주고 예뻐해주는 가게 사장님들에게는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산다.

 

아이들은 나를 혼자 놀게 만들었지만 또 세상 안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아이들 위주로 나의 생활이 돌아가는 것이 좀 불편하고 힘들긴하지만 크게 불만은 없다. 어떤 거창한 의무감같은 게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아이들과 같이 오늘을 살고 내일을 준비하는 것뿐이다. 아이들은 내 삶의 일부이자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만, 이제 입양은 더는 안할 것이다. 절대로.

 

 

[하니, 걷자] 재활기록세상밖으로 https://youtu.be/4IPISOcZei0

이곳에서 https://www.youtube.com/c/dungnansong 아이들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