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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마디

[단!마디]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을 주목한다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단!마디> 꼭지는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단병호 대표(민주노총 지도위원, 17대 국회의원)의 노동 및 사회현안에 대한 논평과 제언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을 주목한다

 

2020. 6.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대선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불과 8개월 남진 앞에 두고 있다. 대선의 양상과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중폭 되고 있다. 특히 한국정치는 그것이 긍정적 측면에서든 부정적 측면에서든 상대 의존적 역동성을 많이 보여 왔던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앞으로 남은 8개월여 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떨지는 지금으로써는 누구도 가름할 수 없다.

 

  4년 전 촛불을 들었던 당시 국민은 오늘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때는 개혁에 대한 기대를 넘어 급진적 개혁으로도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분명 그럴만한 충분한 힘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도 그 토대 위에서 탄생했다. 그런데 겨우 4년이 경과한 지금 역사적 반동을 우려해야 하는 당혹스러운 현실을 목도하게 되었다.

 

  지난 4.7보궐 선거를 거치며 국민의 힘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보수 세력의 부활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 민주당의 반대급부로 발현되었다. 최근 국민의 힘 대표 선출 과정을 거치면서 이준석 현상이라는 것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 힘으로의 정치적 쓸림 현상이 두드러지게 돋보인다. 항간에서는(민주·진보진영의 일각에서까지도) 벌써부터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이 현실로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자조적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문을 걸어보지만 문득문득 불안이 고개를 쳐든다.

 

  죽었다 살아나는 것이 바둑과 정치라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해체 직전에서 지리멸렬하던 보수집단이 이처럼 빨리 부활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의 강인한 생존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준석 대표의 등장으로 그가 지향하는 가치의 타당성과 정당성과는 무관하게 낡은 정치와 새로운 정치라는 구조로 정치지형이 재편되고 있다. 무엇이 이런 현상을 낳은 것일까?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 민주당은 그 어떤 이유로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모든 현상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몸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기까지는 이미 그 전에 천 번의 전조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것이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 민주당은 4.7보궐선거 참패 원인을 서울·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LH사태를 비롯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꼽는다. 틀리지 않은 진단이다. 그러나 충분하지는 않다. 위의 사항들이 민심을 폭발시키는 뇌관이 된 것은 틀림없지만 폭발력을 증폭시킨 데는 더 많은, 더 본질적인 요소가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양극화 해소를 국정 과제의 최우선에 두겠다고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에 양극화는 더 심화되었다. 노동존중 사회를 말했지만 불안정 노동은 더 확대되고 청년 노동은 도리어 더 배제당하고 있다. 그리고 과로사를 비롯한 산재사망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분명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더불어 민주당은 그 판을 엎어버렸다. 정치적 민주화와 다양성의 싹을 밑둥부터 잘라버렸다. 문제인 정부와 더불어 민주당은 이런 비판이 아프겠지만 다만’ ‘그러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따위의 구차한 사족을 달지 말고 솔직담백하게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정하는 것은 용기이지 결코 패배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개혁정책에는 중요한 것도 적지 않게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개혁의 성과로 오롯이 돋보이기 보다는 균형이라는 명분으로 끼워 맞춤으로써 대부분 상쇄되었다. 심지어는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보수의 부활의 기재가 되기도 했다. 예컨대 공수처 설치와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 불리는 오랜 검찰개혁의 과제이었다. 제도개혁은 이뤘으나 개혁의 대척점에 섰던 검찰총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야권 대선후보로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혔던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라고 했던 평등과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가 도리어 윤석열 전 총장의 공정과 정의에 가려져 빛을 잃고 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적패청산과 개혁은 도리어 보수의 화려한 부활을 불러온 결과가 되었다. 이 당혹스러운 현상이 만들어진 데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국민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 민주당의 몫이고, 지금의 국면을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다.

 

  더불어 민주당이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타계하려 하는지,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 하는지 아직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간의 일들에 대해 이런저런 사람들이 이런저런 기회에 유감의 뜻을 밝혔고, 송영길 대표도 국회 당대표 연설에서 사과의 발언도 했지만 국민의 반응은 아직은 냉랭하다. 무엇이, 왜 문제였고,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그런 명쾌하고 담백한 사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언론은 더불어 민주당을 좌파 진보당으로 부르고 있다. 처음에는 다분히 이념 공세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들어가면서 진보좌파라는 말을 보통명사로 바꿔 놓았다. 이제는 더불어 민주당도 스스로 진보정당임을 자임하게 되었다. 그러나 진보정당이라는 옷이 더불어 민주당에 꼭 맞는 옷인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입은 사람도 보는 사람도 다 불편해진다. 정말 진보정당이기를 희망한다면 샌더슨의 주장 정도는 가감 없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