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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꺼리

[읽을꺼리] 늦깍이 노조 상근자로 살아가기_ (8) 1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두고, 또다시 앞으로 전진

이번 호부터 이점진 동지의 조직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편집자가 늘 SNS와 육성으로 들었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게 되었네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편집자주]

 

1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두고, 또다시 앞으로 전진

 

이점진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세종지부 조직부장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은 민주노총 내에 복수노조가 있다. 그중에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이하 우리노조)와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이 대다수인 상황이다.

 

  전국에는 17개 시도교육청이 있고 지역에 각각 지부가 설치되어 있다. 우리노조16개, 학비노조는 17개의 지부가 있다. 우리노조는 충남세종지부로 조합원수가 적어 분리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세종지역은 2015년부터 학비노조가 충남세종을 분리하였고, 지역내 조합원 가입률이 90%가 넘는 상황이었다.(20195월 기준)

 

  나는 20195월 세종으로 발령받았다. 나의 발령을 두고 세종은 유배지나 다름없다”, “세종에서 조직화사업 성공하면 영웅이 된다는 등 이런 저런 말들이 들렸다.

 

  그런말들에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건 아니지만 중요한건 내 스스로의 마음자세였다. 여러 상황들이 충격적이였고 아직 문제 제기했던 상황들이 엉켜있지만, 돌이켜보면 교육공무직본부에 상근자로 출근하던 5개월동안 진짜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 본적이 없었다. 그것이 제일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며칠을 고민하다 후회나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나에게 1년이라는 시간을 주었다. 세종에서 1년동안 내 계획대로 열심히 조직사업을 해보고 안되면 그만두리라 결정했다.

 

  세종지역은 본부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는 지역이였다. 조합원 숫자를 떠나 학비노조에 비해 지부가 하나 적은 상황이었고 세종은 점차 지역이 확대되어 매년 학교들이 증가하는 상태였다. 몇년동안 인근지역(충남, 충북)의 조직국장들과 조직사업을 진행했지만 학비노조 조합원수가 전체의 90% 가까이 되는 상황이라 번번히 실패했다.

 

노트북 달랑 하나 들고 공공운수노조 세종충남본부 사무실에 책상 하나를 빌려 출근을 시작하였다. 출근하면 할 일이 없었다. 당시 우리노조 세종지역 조합원 숫자는 9명뿐이라 일단 한명씩 찾아 다니며 세종지역 담당자라고 인사를 드렸다. 악조건속에서 내가 할수있는 일을 찾아보았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육청의 직고용이고 업무는 각각 배치된 학교에서 근무한다. 다양한 직종이 존재하고 한 직종이 학교에 한명 내지 두명(세종의 경우이며 급식실은 제외) 근무한다. 그러므로 무작정 학교를 찾아가면 다른 노조에서 금방 알 수 있기에 다른노조에서 등한시하는 특수운영직군 노동자(당직, 청소, 시설관리)를 조직하기로 했다.

 

그중에서 당직쌤들을 첫 번째 조직사업으로 결정했다. 저녁 5시에 출근하기에 당직쌤들이 출근하면 다른 모든 직원들은 퇴근한다. 그러므로 타노조 조합원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 또한 고령의 노동자들이고, 5시 이후에나 만날 수 있고, 노조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낮기에 힘든 조건속에서 아직 조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세종지역에 전체 학교수는 152(20195월 기준), 생활권별로 나눠져 있는 학교를 살펴보며 한달 계획을 세웠고 매일 다닐 학교수와 가입서 받을 목표를 세웠다. 하루 학교방문 4곳! 가입서 2장에서 3!!

 

이렇게 세종지역에서 일을 다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