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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마디

[단!마디]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붙여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단!마디> 꼭지는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단병호 대표(민주노총 지도위원, 17대 국회의원)의 노동 및 사회현안에 대한 논평과 제언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붙여

 

2022. 8.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어떤 내용을 내놓을지 궁금해 했다. 취임 석 달째에 접어들면서부터 지지율은 20%대에서 맴도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고, 당은 극심한 혼돈 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하려 하는지 주목하고 있었다. 그래서 적어도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 쇄신과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은 국민을 실망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맹탕 기자회견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청와대 이전 및 대통령실 축소, ·미 정상회담, 집값 전셋값 안정화, 소주성·탈원전 정책 폐기, 무기 수출, 기업 부담의 세제 인하 등 업적으로 자랑하기 민망한 것까지 다 끌어대며 자화자찬했다. 반면에 미래 비전으로는 민간중심의 시장경제 최우선, 첨단 산업 육성 등 딸랑 두 가지를 내놓았다. 윤석열 정부가 미래 비전이라는 것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인지, 있다고 해도 페이퍼로만 존재할 뿐 대통령은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듯하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인적 쇄신과 관련해 모두발언에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다가 기자가 질문한 답변에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하나 마나 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번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국민이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더욱 의심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악화된 국민 여론을 되돌려 국정 동력을 모아내고 새롭게 출발할 기회를 이렇게 허투로 넘긴 것을 보면 위기의식이 없거나 아니면 대통령을 비롯해 각료와 참모들이 무능하거나 둘 중에 하나로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안타까운 일이다.

 

용인술에 결정적 결점을 보여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보는 요인 중에 25% 이상을 인사정책의 실패로 보고 있다. 실재 윤석열 대통령이 한 인사정책을 보면 검찰을 중심으로 한 측근 인사, 무능한 각료 기용(역대 정부 중에 100일이 되도록 각료를 구성하지 못한 정부는 없었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심각한 도덕적 결여, 밀정·프락치 논란, 등 인사 참사의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 기자회견 이후에 단행된 검찰총장 후보 내정은 측근 인사, 내 사람 인사라는 논란에 부채질을 하게하고 있다. 국민은 대통령실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 인적쇄신이 아닌 도리어 내 사람 채우기식으로 보강하고 있다. 겉으로는 국민의 뜻을 세밀히 살피겠다면서 속으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전형이다. 아무리 대통령의 정치 경력이 부재한 상태라 인적 네크워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아닌 건 아니다.

 

책임 장관제”, “이만큼 훌륭한 사람들을 운운했지만, 한동훈, 이상민, 원희룡을 제외하면 다른 각료의 이름을 알고 있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이건희 회장이 한 말 중에 마누라를 빼고 전부 바꿔라.”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런 이건희 회장의 결단이 삼성을 전자산업의 굴지의 대기업으로 만든 계기가 되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허투루 나온 말이 아니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면 더 이상 우물쭈물하거나 미루지 말고 대통령실, 내각 등 인사 개편의 용단을 내려야 한다.

 

소통이 불통을 확산시켜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으로 이전하는 이유를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이전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잘한 결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도어스테핑을 한 번 두 번 보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소통이라는 것에 회의를 갖게 되었다.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내용과 진정성을 갖추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지금은 도어스테핑이 모든 화근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소통에 기본적인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고, (이준석)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고, 야당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이 이를 입증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상명하복이 철저한 검찰 조직과 위계질서로 유지되는 건달 세계에서나 통용됨 직한 수직적 소통방식에 익숙해 있는 것 같다. 국민에게 가공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말은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대통령의 발언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소통을 말하면서 소통에 별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아니면 국민을 받들겠다고 하면서 도리어 국민을 우습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소통은 말을 많이 주고받는다고 해서, 내 생각을 강하게 주장한다고 해서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소통을 위해서는 소통의 기본을 갖춰야 한다. 생각이 다르고 뜻이 다르다고 해도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 아무리 싫은 소리를 해도 인내하며 경청할 수 있는 자세,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 등을 갖춰야 진정한 수평적 민주적 소통이 가능하다. 과연 윤석열 대통령에게 진정한 소통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합적 리더십의 부재

 

이준석 대표가 연일 대통령을 직격하고 있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1등 공신이라 할 수 있는 당 대표가 취임 석 달 만에 대통령을 향해 양두구육”,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라는 듣는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준석은 윤석열 임기 5년 내내 감당하기 힘든 짐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항간에는 윤석열과 국민의 힘은 이준석으로 흥했다 이준석으로 망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보인 당혹스러운 행동, 성 상납 비리와 무마 의혹, 윤리위 징계 이후 행보 등이 대통령이 보기에 못마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당이 심각한 혼돈에 빠지고 그로 인해 국정 동력이 상실된 것에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한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이준석) 발언을 제대로 못 챙겼다라고 한 대통령의 발언은 듣는 귀를 먹먹하게 한다. 이는 대통령이 취할 태도도 자세도 아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에 통합이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정치는 현실이다. 민주당이 170석에 가까운 거대 야당임을 인정해야 한다. 민주당이 어떤 때는 지나치다고 생각될 정도로 심하게 태클을 걸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야당의 속성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국민에게 맡기면 된다. 그럴수록 대통령이 보여줘야 할 일은 야당도 존중하고 포용하겠다는 통 큰 리더십이다.

 

윤석열 정부가 보이는 태도는 시간은 내 편이고 권력은 내가 잡고 있다. 자기 총선에서 반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면 모든 것은 끝이라는 식인 것처럼 보인다. 정말 그렇다면 망상 중의 망상이다. 지금 대통령은 민주당의 도움이나 협력을 구하려는 노력보다 경찰국 설치 등 시행령 개정이라는 손쉬운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 편법이 반복되면 불법으로 이어진다. 지금이라도 야당 대표를 일개 정치인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국정 파트너로 존중하고 만나 이야기도 듣고 협력이 필요한 것은 솔직하게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국민은 지금 악화되고 있는 경제 상황으로 하루하루를 힘들어하고 있다. ·중 갈등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독일, 영국만이 아니라 유럽 전체가 심각한 경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일의 우리 일처럼 느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는 말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이 시간 대통령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려운 대내외의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민통합의 힘을 모으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볼 것인지, 어두운 미래를 보게 될 것인지가 가늠되는 시점이다.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