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을꺼리

[읽을꺼리] 늦깍이 노조 상근자로 살아가기_ (6) 또다시 앞으로!

5개월에 걸쳐 이점진 동지의 노조 상근 이야기 프롤로그(!)가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계속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또다시 앞으로!

 

이점진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세종지부 조직부장

 

  나의 노조 첫 상근자로서의 활동은 3개월만에 해고(?)로 끝났다. 3개월도 안되는 시간이지만 마치 1년은 넘게 활동한 것 처럼 당시에는 힘들고 지쳤지만 전국의 현장을 돌아다니는것이 나름 민주노조를 만들어보겠다는 희망를 가지고 이겨냈었지만, 막상 해고가 되고 나니 스스로를 추스르기가 어려웠다.

 

  제일 화가 나는것은 지부장과 제대로 한판 붙지도 못했고, 조직은 조직대로 와해되는 꼴을 보는것이 힘들었다. 이따금씩 치밀어오르는 분노는 주체하기 어려웠고 한달넘게 집에 쳐박혀서 몸을 바쁘게 만들며 생각할 여지를 없앴다

 

  마침 가을이라 감을 수확하는 시기였다. 매일매일 감을 한접(100)씩 사서 손으로 직접 깎기 시작했다. 몸을 혹사하여 아무 생각을 할수 없는 전략..ㅎㅎㅎ

 

  시간은 흐르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분노가 사그라들때 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서 세종지역 담당자를 구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고민이 되었다. 내가 늦은 나이에 상근을 시작한 이유가 있었고, 3개월동안의 활동에서 무기력감도, 조직담당자로서 할수 있는 일은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건 사측을 상대로 빡세게 한번 싸워보지 못한 것...... 조합원들과 함께 제대로된 민주노조를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았다. 면접 당시 나는 질문하는 본부 임원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늦은 나이에 상근을 시작한다, 실무일을 잘하는 사람을 원한다면 나보다 젊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조합원을 조직하는 일이 주 업무라면 나는 자신있다. 어느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해 조직할 것이다." 라고 말이다

 

2020121일, 나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남세종지부로 발령이 났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공무원, 기간제교사등을 제외한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민주노총 산하에 있는 복수노조 중 하나이다. 80%정도가 여성노동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교육청 직고용임에도 학교에 배치되어 학교장, 교사, 공무원등이 함께 있어 이중삼중의 차별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나는 삶 자체가 빡센 인간이다. 주변 지인들은 돌풍을 몰고 다니는 인간형이라도 한다. 그런 까닭인지 첫 출근하던 날 저녁에 교육청앞에 천막을 쳤다. 단협 교섭중이였는데 결렬이 되면서 지부에서는 투쟁을 선포했다. 이렇게 나의 상근자로써 두 번째 삶이 시작되었다.

 

출근 첫 날부터 천막투쟁! [편집자주]